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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책

밑줄을 긋다 :: 누쿠이 도쿠로 [신월담] 중

by 이정들로 2024. 2.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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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월담
누쿠이 도쿠로 장편소설『신월담』. 사회의 부조리와 인간의 내면을 적나라하게 파헤치는 작품으로 유명한 저자 누쿠이 도쿠로가 이번에는 개인적인 한 인물의 지난 역사를, 처절하리만큼 지독했던 연애담으로 풀어냈다. 베스트 셀러 작가 사쿠라 레이카, 그녀가 절필을 선언하고, 그로부터 8년, 그녀의 팬이었던 편집자 와타베 도시아키는 그녀가 다시 펜을 들게끔 설득하기 위해 집으로 찾아가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이 책은 연애소설의 형식을 빌려 작가의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저자
누쿠이 도쿠로
출판
씨엘북스
출판일
2013.06.21

 

소설에 내 꿈을 맡긴다. 내게 불가능한 삶의 방식을 소설 속 주인공이 경험하도록 하자. 독서는 간접 체험인 동시에 꿈을 실현시키는 가장 빠른 수단이다. 주인공이 나와 전혀 다른 인물이어도 상관없다. 소설 속에서라면 뛰어난 재능을 타고나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일도 가능하다. 마음껏 내가 바라는 대로 인생을 즐겨 보리라.– 273쪽
내 재능이 부족하다는 사실이 안타까웠다. 무릇 20대 초반이란 나이 앞에는 다양한 인생길이 펼쳐지게 마련이다. 그러나 얼굴을 완벽하게 바꾸고 돌아갈 곳이 없어진 내겐 실패할 자유조차 허락되지 않았다. 하루라도 빨리 내 존재 이유를 보여 주어야 한다는 초조함이 밀려왔다.– 295쪽
기노우치에게 칭찬받고 싶다, 인정받고 싶다. 이 생각만으로 나는 소설 창작에 매달렸던 것이다.– 317쪽
"따지고 보면 고생을 직접 겪어 보지 않더라도 상상력으로 그 한계를 넘어서는 사람이 바로 작가잖아요. 작가는 경험하지 않은 일도 생생하게 써 내야 하는데 그러기엔 사쿠라 씨의 내면세계는 너무 협소해 보여요. 자신만의 좁은 세계에 갇혀 있어서 소설의 소재가 빈곤한 게 아닌가 싶어요.
여러 가치관을 두루 담아낸다는 것이 소설이 지닌 장점이고 독자가 읽으면서 재미를 느끼는 요소죠. 당신 작품 속 주인공들은 사고방식이나 행동 양식이 하나같이 똑같아요. 모범적인 사람이라면 이렇게 판단하겠지 싶은 그런 선택만 골라서 움직이니까 의외성이 떨어지죠."– 381쪽
아무리 쥐어짜도 떠오르지 않으니 생각만으로 괴로워졌고 괴로우니까 그것에서 도피하기로 했다. 

가만히 앉아 후회만 하고 있으면 아무것도 바뀌지 않는다.– 438쪽
사실 좋은 소설을 쓰고 싶다는 욕망은 너무 막연해서 이렇다 할 원동력이 되지는 않잖아.

소설의 정수에 다가가려면 단순히 경험만이 아닌 다른 뭔가가 필요한 것 같아. 그 '뭔가'의 정체는 나도 잘 모르겠지만 말이야. 어쩌면 그걸 찾아가는 과정에서 좋은 소설이 탄생할지도 모르지. – 469쪽
누구나 남에게 사랑받고 싶어 한다. 소설을 읽고서 이 작가는 좋은 사람이라고 평가받기를 원한다. 그러나 한 종류의 소설만이 존재하는 시장은 불건전하다. 마음이 따뜻해지는 이야기도, 씁쓸해지는 이야기도, 걸작도 졸작도 다양하게 존재하는 세계야말로 이상적이라고 믿었다. 내게는 남에게 사랑받지 못하더라도 나만이 쓸 수 있는 소설을 창작해야 할 의무가 있었다.– 567쪽
남자들은 으레 모성을 당연한 것으로 여겨 왔다. 과연 그럴까? 아무런 노력을 하지 않아도 저절로 모성이 생기는 걸까? 나는 의심스러웠다. 우선 나부터가 누군가의 부모로서 모성을 가질 자신이 없었다. – 56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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